“장병들의 삶을 바꾸는데 돈을 쓸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값진 일이다.”(스티브 김 꿈ㆍ희망ㆍ미래재단 이사장)

“책 한권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독서카페 후원을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정진혁 예비역 병장)

육군이 장병 인성함양과 자기계발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책 읽는 병영 만들기’ 캠페인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컨테이너형 독서카페를 기증한 민간 독지가들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컨테이너형 독서카페는 GOP(일반전초) 경계부대의 시설공간이 부족한 것에 착안해 컨테이너 안에 도서, 책상 등을 비치한 일종의 도서관이다. 육군 관계자는 “독서카페 1동의 설치비용으로 대략 1천만 원 내외가 소요된다”며 “컨테이너형 독서카페는 쾌적한 환경에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장병들의 호응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육군은 2015년에 제1야전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02개소에 컨테이너형 독서카페 설치를 완료했다. 또 현재 22개소에서 설치를 진행 중이다.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 종교단체, 기업 및 개인 등 민간에서 기증한 것이다.

컨테이너형 독서카페를 기증한 민간 독지가의 사연도 다양하다.

미국에서 창업을 해 성공한 스티브 김(한국명 김윤종, 68세) ‘꿈ㆍ희망ㆍ미래재단’ 이사장은 “3공수여단에서 병사로 군 복무를 하는 동안 군장점 관리병을 하면서 처음으로 경영마인드를 배우게 됐다”며 “군에서의 시간이 내 삶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돈과 시간을 가장 귀하게 쓰는 방법을 고민해왔는데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장병들의 삶을 바꾸는데 돈을 쓸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값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두 번의 창업을 통해 미국 IT업계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 그는 1999년 자신의 기업을 프랑스기업에 매각한 이후 영구 귀국해 2001년부터 사회복지법인 ‘꿈ㆍ희망ㆍ미래재단’을 설립해 국내에서 장학 및 복지사업과 후진국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에만 전방사단 6개소에 독서카페를 기증했다. 또 자신의 성공담에 관한 무료 강연도 하고 있다.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모은 돈으로 아버지와 함께 독서카페를 기증한 병사도 있다.

22사단 출신 정진혁(28세) 예비역 병장은 입대 전 아르바이트비와 현역시절 봉급을 모아 병사신분으로 사단 전방소초에 독서카페를 기증했다. 아버지(정진영 ㈜이디플랜 회장)의 도움이 컸지만 정 씨는 당시 병사에겐 적지 않은 200만원을 내놨다. 지난해 3월 전역한 정 씨는 “고교 때부터 미국에서 생활하다 입대하니 애국심이 더 크게 느껴졌다”며 “함께 고생한 후배들을 위해 모은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가 책 한권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독서카페 후원을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같은 22사단의 수색대대 출신인 오승훈(57세) ㈜세봉 사장의 후배사랑도 남다르다. 오 사장은 1985년 전역 이후 30여년간 강원도에 있는 부대를 150여 차례 방문해 후배들을 위문해 온 열성 예비역이다. 지난해 부대의 ‘책 읽는 병영 만들기’ 캠페인 소식을 전해들은 오 사장은 개인 명의로 사단에 독서카페를 기증했다. 오 사장은 “사업으로 어렵게 번 돈이지만 군에서 이렇게 값지게 쓰이는 것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년삼(61세) ㈜스카이타운 회장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7사단의 후배들에게 독서를 통한 ‘인생의 전환’이라는 무엇보다도 큰 선물을 주고 싶어 기증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7사단에서 25년간 근무(총33년 근무)하다 지난 2008년 전역해 부동산과 건설 분야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2015년 12월 육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책 읽는 병영 만들기 운동’ 이후 58%의 병사들이 월 평균 2권 이상의 독서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 연말 육본에서 시행했던 병영도서관 운영실태 점검에서 최우수부대로 선발된 2사단 금성대대의 경우, 1년 동안 1~2권의 책을 읽던 장병들이 월 평균 2권의 책을 읽게 됐고 검정고시 합격자도 2.3배 증가했다. 반면 징계 인원은 1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육군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모든 GOP사단 소초급에 컨테이너형 독서카페를 설치할 것을 목표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며 “육군은 이를 위해 올해 예산에 17여억 원을 반영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