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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동체라는 늘어놓았다. 낯선 그리고 가 얘기를 아들은[김병모 기자]
"이판사판이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야 사회적으로 매우 존경 받은 스님이지만, 한때 속세를 떠나 수행에만 전념하는 이판승(理判僧)이든 사찰 종사에 힘쓰는 사판승(事判僧)이든 힘든 시절이 있었다.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을 국정 기조로 건국 한 조선 사회에서 스님의 설 자리는 좁았다.
그러함에도 당대 교산(蛟山) 허균(許筠, 1569~1618)이 사명대사와 제형지교(弟兄之交)로 호형호제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다. 허균은 지사최심(知師最深, 스승 사명대사를 가장 잘 앎)을 자초하며 해인사에서 입적 하신 사명대사 비 문을 쓰기도 한다.
유몽인(1559~1623)의 <어유야담>에 따르면 허균이 청나라를 왕래하면서 천주교를 접하고 북경 고서점가 유매수종목
리창 가(街)에 들러 천주교 관련 서적을 들여와 탐독(耽讀)한다. 심지어 허균이 중국 명나라 사상가이자 시대의 이단아 이탁오(李卓吾, 1527~1602) 서 책도 읽는다는 소문이 나돈다. 성리학 이외에 다른 학문이나 사상이 설 자리가 없었던 조선 사회에서 허균은 성리학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당시 조선 사대부 양반 사회에서는 허균의 이와 같우리금융주가전망
은 이단 행위에 대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바야흐로 사건이 터지고 만다. 1618년 여름, 허균이 남대문 벽서 사건의 배후로 엮여 급기야 역모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다. 허균이 광해군을 시해하려고 했다는 역모 사건이다. 허균은 벼랑 끝에 내몰린다. 그는 당시 형법의 절차도 밟지 않은 채, 형장으로 끌려가자 "욕유소언(欲有所言, 할 말알라딘게임예시
있소이다)" 외 마디를 외치지만 허공의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허균은 능지처참(陵遲處斬) 형을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말할 것도 없이 허균의 아버지 묘 비석이 두 동강이 난다.
시대를 거스른 삶을 살았던 천재 허균은 소설 <홍길동전>을 통해 율도국 시대를 꿈꾸지만, 이마저 이상향에 그치고 만다. 그는 불여세합(不與世合)으로 세상과 황금성공략법
더불어 화합 하지 못한 것이다.

필자는 지난 주말, 강릉 허균 · 허난설헌 기념관을 찾았다. 조선 역사에서 사라진 명문가 허씨 집안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배어있다. 바로 옆엔 허균과 허난설헌 생가 터로 복원된 초당동 고택이 있다. 현재 고택의 모습은 1912년 초계 정씨 후손이 가옥을 지으면서 갖추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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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


ⓒ 김병모




16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으로 광해군 때 탄핵 당한 사대부 양반 대부분이 복권 되지만, 조선 역사에서 허균이 복권 되었다는 소리는 없다. 조선은 자유주의자 천재 시인 허균을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이 상황에서 초당 고택이 온전히 보전 될 리 만무하다.

허균의 천재적이고 탁월한 능력은 임진왜란 시기 명나라 사신을 만나 시가(詩歌)를 주고받으며 외교를 펼쳤던 수창외교(酬唱外交) 선봉에 서서 두각을 나타낸다. 명나라 사신 오명제는 허균 뿐만 아니라 천재 여류 시인이자 그의 누이 허난설헌의 시(詩)까지 큰 관심을 보인다.
광해군 조정으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허균은 성리학적 사유를 벗어난 자유 분망함으로 탄핵과 파직을 거듭하면서 심신이 지쳐간다. 만해 한용운이 <오도송(悟道頌)>에서 남아도처시고향(男兒到處是故鄕), 사나이 이르는 곳, 그 어디나 고향이라 했지만, 누구든 세상이 버겁고 힘들 때 진짜 고향이 생각나는 법이다.
허균 역시 세상의 고단함에 못 이겨 고향 생각이 났을까. 허균은 흰머리 휘날리며 고향 강릉에 돌아와 일찌감치 경포호수 정자에 앉아 자연 풍광에 젖어 읊은 시가 바로 '호정(湖亭)'이다.
湖亭(호정, 경포호 정자에서)/蛟山 許筠(교산 허균)
煙嵐交翠蕩湖光(연람교취탕호광)細踏秋花入竹房(세답추화입죽방)頭白八年重到此(두백팔년중도차)畵船無意載紅粧(화선무의재홍장)
산 바람에 안개 사라지고 호수 물결 넘실거려가을 꽃 지르밟고 죽방으로 들어가네백발의 늙은 몸 이끌고 팔 년 만에 돌아와뱃놀이 배에 홍장 마저 태울 뜻이 없구나
자유주의자 교산 허균의 시문(詩文)에 감동 되어 돌아서기 아쉬워 발걸음을 멈칫하는데, 난설헌 허초희(1563~1589)가 <아들 딸을 여의고서, 곡자(哭子)> 시(詩)를 옆에 끼고 조각상에 앉아 있다.
그녀를 본 순간 발걸음이 굳어 발을 뗄 수가 없었다. 한참, 예를 갖춰 조각상을 쳐다본다. 조선이 낳은 천재 여류 시인에 대한 최소한 예의일 것 같다. 그녀를 바라보면서 조선인, 여자로 태어나서 억울했다는 이야기라도 한마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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