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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일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동남아시아 주요국이 앞다퉈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지만, 대대적인 ‘돈 풀기’가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금 감면, 저금리 대출 나서
11일 인도네시아 언론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24조4,400억 루피아(약 2조700억 원) 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달까지 시행한다고 밝혔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주식재야의고수
있는 무상급식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펼친 긴축 재정 기조를 뒤집은 셈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저소득층 1,800만 명에게 월 30만 루피아(약 2만5,000원)의 현금과 10㎏의 쌀, 식료품도 지급된다. 현지 중앙은행은 지난달 ‘가계 소비를 뒷받침하겠다’며 기준금리를 5.75%에서 5.5%로 인하했는데, 여기에조회공시
현금·현물 보조까지 더하는 셈이다. 에어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장관은 “내수 소비를 자극해 2분기 성장률 5%대를 방어하겠다”고 설명했다.
태국도 비슷한 분위기다. 태국 내각은 지난달 말 1,570억 밧(약 6조6,000억 원) 규모 예산을 재배정해 교통·물류 인프라 확충과 중소기업 대상 저금리 대출에 투입하기로 했다. 패나트륨이온전지관련주
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세계적 경제 위기가 닥치고 있어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태국 방콕의 한 쌀 거래소에서 노동자들이 쌀 포대를 옮기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말레이시아도 중예시
소기업을 대상으로 15억 링깃(약 4,800억 원) 규모 금융 지원책을 마련했다. 베트남도 부가가치세 감면 6개월 연장을, 지난 4월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필리핀은 이달 추가 인하를 각각 검토 중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 지지부진
이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 충격을 흡수하려는 시도다. 도널드 해외주식실시간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4월 캄보디아(49%)와 베트남(46%) 태국(36%) 인도네시아(32%) 말레이시아(24%) 등 동남아 국가에 초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로 여겨지는 이들 국가에 대한 경제 압박 의도로 분석됐다.
미국이 관세 부과 하루 만에 '90일간의 유예'를 발표한 뒤 동남아 각국은 미국과의 협상에 돌입했다. 유예 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도 이렇다할 합의는 도출되지 않고 있다. 고성장세를 이어온 동남아 주요국 경제가 결국 미국발(發) 관세 폭탄에 희생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흐름이다.



지난 4월 베트남 하이퐁 국제컨테이너 터미널 인근에서 수출 물품을 실을 컨테이너선이 항해하고 있다. 하이퐁=로이터 연합뉴스


실제, 외국인 투자와 수출에 의존해온 경제 모델이 흔들리면서 성장 전망도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신용평가사 피치 산하 리서치기관 BMI는 미국 상호관세가 유지될 경우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7.4%에서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태국 증권사 이노베스트X는 올해 자국 성장률이 1.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각국 정부가 경제 충격을 완화하려 돈을 풀며 방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재정 투입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 소비 진작 효과를 노리고 동원한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가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악화와 자산 시장 과열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0%를 넘어선 까닭에 추가 소비 유인이 부채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통화 약세로 수입 물가 상승이 가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는 “소비 진작책 대부분은 국영 기업이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로,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