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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서초구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충신 씨. 탈북민으로부터 선물 받은 '혁명 배지'를 소개하고 있다.ⓒ News1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시계, 엽서, 배지, 화장품, 만년필, 세제, 전화기, 소주, 맥주...
북한에서 온 물품들이 서울 관악구의 한 책방에 모였다. 책장 한편에는 시계코스피종목
와 화장품 세트, 책장 뒤편 작은 공간엔 아기자기한 북한의 생활용품들이 전시됐다. 지금 이순간,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다.
대다수 물품은 북한의 실물 정보를 분석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김충신 씨(32)의 '덕력'으로 소환됐다. 지난 5일 기자와 만난 김 씨는 이번 전시를 계획한 이유를 담담하지만 힘 있게, 그리고 세세하게 설명주식차트
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친가 쪽 뿌리가 이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 김 씨는 북한에 줄곧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그가 '덕업 일치'(주요 관심사와 직업이 일치하는)의 삶을 살고 있기에 가능했던 전시이기도 하다. 중소형 무인기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인 에스텔엔지니어링의 대북전문 이사로,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청년 네트워크인 한반씨앤케이인터 주식
도청년미래포럼의 북한팀 팀장 등의 일을 겸하고 있다. 모두 북한 관련 정보 분석이 필요한 곳들이다.
수집의 시작
시작은 시계였다. 원래도 기계식 시계를 좋아해서 국제시계연구원에서 직접 시계를 수리하는 방법도 공부했다. 여기에 대학원에서 북한법을 전공하는 등 북한 관련 전문성이 결합하면서 더 다양한 북한 물품들로 시선이 확선물옵션
장됐다고 한다.

"원래 수집엔 취미가 없었는데 북한산 어쩌다 보니 물건만 수집하게 된 거죠. 딱 북한에 관련된 것만, 북한학을 전공했으니까 그 실물 정보가 너무너무 갖고 싶어진 거죠."

학부 전공과 달리 북한법 공부를 결심하게 된 것은 군대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2015년 북한이릴게임 다빈치
서부전선 포격사건을 일으키면서 준전시 상태였던 때였다. 김 씨는 주둔지였던 홍천에서 강원도 고성으로 배치돼 북한군과 대치해야 하는 포병이었다.
당시 북한을 바라보면서 그는 '우리가 북한을 못 간다고 해서 북한이 물리적으로 먼 게 아닌데 왜 이런 상태가 지속됐을까'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군 전역 후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돕는 비영리단체(NGO)에서 봉사를 시작하면서 북한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의 인연으로 알게 된 탈북민을 통해 받은 선물이 그의 첫 북한 시계인 '모란봉 손목시계'다. 기술철학 분야에도 관심이 있었던 그는 스스로 터득한 방법으로 시계 분해와 수리 작업을 진행해 봤는데, 결론적으로 북한제 시계들에서 발견한 '제작의 철학'이 있었다고 한다.
북한의 시계 설계의 특징은 미적 요소는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기능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스위스, 독일 등에서 만든 시계를 해체해 보면 뒤판에 '제네바 스트라이프' 형식의 고유의 마감 처리를 하는 등 눈에 잘 띄지 않은 부품에도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북한의 시계는 이런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김 씨의 결론이다.
해체와 조립을 반복하다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 김일성 주석이 살아 있을 때인 1992년 4월 15일, 그의 생일을 기념해 제작된 '수도건설 시계'를 재조립할 때의 이야기다.

"그 시계는 이전에 수집해 온 수동 시계가 아니라 자동 시계였어요. 태엽을 감아서 돌아가는 수동과 달리 자동은 매우 복잡한데, 제가 조악한 장비로 조립을 시도하다가 망가져서 업체에 수리를 맡겼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리하는 할아버지가 50년 시계 인생에서 처음 본 유형이라면서 신기해하시더라고요."

그는 시계를 해체할 때 부품마다 하나씩 사진을 찍어두고, 분해의 역순으로 사진을 확인하며 조립했다고 한다. 정교한 작업 과정을 설명하며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는 그의 눈빛에 퇴근 후 직장인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생기가 돌았다. 그가 이 분야에 깊게 빠져든 이유가 단번에 납득될 만큼 반짝였다.



모란봉 시계 뒤판 내부 모습.(김충신 씨 제공)


北 지하자원 모니터링부터 무인기 개발 업무까지
김 씨는 2021년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서 약 3년간 일하며 북한의 지하자원 관련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맡기도 했다.
그는 상업용 위성사진 등을 통해 북한 단천시에 있는 광산 인근의 트럭 유동량, 적재물량 변화 등을 포착하며 광업 활동을 관찰했다. 해당 광산은 마그네사이트 광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그네사이트는 유엔의 대북제재에 따라 수출이 금지된 것이다. 하지만 김 씨의 관찰에 따르면 밀수출 동향이 활발했다고 한다.
그 후에는 중소형 무인기 생산 스타트업에서 대북이사직을 겸하며 금속 관련 공부를 이어갔다. 에스텔엔지니어링은 2022년 말 북한이 서울에 여러 대의 무인기를 침투시킨 도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세종대 기계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김 씨의 지인들이 의기투합해 세종대 창업지원센터 지원으로 설립된 회사다.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을 보고 '우리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진입할 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했죠. 엔진이 들어가는 기체는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요구하는데 마침 전공한 사람이 주변에 있었던 거죠."

김 씨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장에서 활용되는 무인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무인기의 침투력이 높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무인기 관련 공부를 꾸준히 해온 현시점에서의 생각은 "사실상 무인기를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고도의 대공망을 보유한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습으로 내륙 깊은 곳에 있던 군용기 수십 대를 속수무책으로 잃는 일이 발생한 것도 김 씨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무인기는 4개의 날개로 나는 '쿼드 콥터' 유형과 고정익이 있는 비행기처럼 나는 드론으로 구분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중 쿼드 콥터형 무인기는 중국산의 시장 장악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해, 김 씨의 회사는 현재 중소형 고정익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자체 제작 기체의 3개의 모델이 완성된 상태다.

"중소형 무인기 시장을 중국이 장악했다는 것을 우려하는 국가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 틈새를 겨냥해 제3세계인 나이지리아, 필리핀 등에 국산 중소형 무인기 시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북한도 위성 인터넷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김 씨는 '전통적인 북한의 정보 유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도 말한다. 지금까지는 이동식디스크(USB) 혹은 삐라(전단)에 정보를 담아서 바람과 바다를 이용해 북한에 보내는 일방적 방식이었는데, 그것을 양방향 소통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성 인터넷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국가와 정부에 집중된 권한이 점점 개인에게로 이동하는 추세에 따라 기술 혁신의 바람이 북한 안에도 들어가도록 구체적인 방법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2023년 열린 북한 인권 현인그룹 국제 심포지엄에서 북한에 위성 인터넷을 심는 방법에 대한 나름의 아이디어를 발표한 적도 있다.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위성 인터넷의 신호를 수신하는 지상 안테나의 크기가 커 이를 북한으로 유입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지만, 기술 개발에 따라 안테나의 크기도 점차 작아지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는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위성에서 쏘는 인터넷 신호를 받는 안테나가 없어도 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북한에서도 개개인이 외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결코 먼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북한을 분석하려면 내재적 접근법으로 북한을 분석해야 한다"라며 "북한의 입장에 빙의하고 연구해야 저들의 전략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북한에 관심이 많은 김 씨의 삶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다. 그러나 그는 "객관적인 기준을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라며 '내재적 접근법'의 핵심 요소를 거듭 설명했다.
김 씨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유도 이러한 '신념' 때문이다. 북한의 흔적이 담긴 '실물'을 찾아내며 현실성 높은 접근법을 연구하는 것은 결국 '정보 블랙홀'인 북한을 가깝게 보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통일에 대한 생각을 '경량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들 너무 거대하고 무거운 주제로만 받아들여요. 일면 맞지만, 이러면 누가 이 영역에 진입하겠어요. 누군가는 이 주제를 눈에 보이게, 만질 수 있게, 오감을 자극하는 가벼운 주제로 끌어와야 한다고 봅니다."

youmj@news1.kr